그녀는 성격이 좋았다. 싹싹하고 시원시원했다. 직원들 누구나 그녀와 얘기하는 것을 좋아했다. 업무상 그녀와 접촉할 일이 잦은 나를 부러워한 동료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심지어 내게 정식으로 그녀를 소개해달라는 놈들도 있었다. 물론 모두 거절했다. 내가 왜 승낙하겠는가. 나도 보고만 있는 처지인데 말이다. 하루는 그녀의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다. "무슨 일 있었어요? 안 좋아 보이네요." "별일 아니에요." "말이나 한번 해봐요, 혹시 도움이 도리지 모르잖아요."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멋쩍은 듯이 웃었다. "바르셀로나가 졌거든요." 심지어 축구를 좋아하다니! 며칠이 지나 회사에 회식이 있던 날, 3차까지 이어진 자리가 끝나고 그녀와 나는 축구 얘기를 하며 술을 한 잔 더 했다. 그 날 이후 우리의 관계는..
책 끝을 접다의 소개로 읽게 된 책인데요. 현재의 이야기 에서 과거의 이야기로 이어지는 책 이예요. 현재는 1년 조금 지난 시점 이구요. 어느 주말 공원에서 동생인 밀리가 공원에서 밴드가 연주를 하고있었는데 음악을 좋 아하는 밀리가 밴드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 사작해요. 그 무렵 밀리는 왈츠를 배웠는 데, 그곳에서 왈츠 춤을 추고 있었어요. 밀리는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어서 사람들의 시 선을 느끼지 못했어요. 몇몇 사람들이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할때, 그레이스는 동생을 말리려고 다가가려는 순간 잭이 다가가 밀리와 함께 왈츠를 춰 주죠. 그런 잭에게 그 레이스는 첫눈에 반하게 되어요. 사랑에 빠진 두사람은 몇달안에 결혼을 하게 되어요. 결혼식날 들러리를 서준 밀리를 잭이 아무도 모르게 계단에서 밀쳐 버려요 자..
요즘은 반복해서 같은 꿈을 꾼다. 내가 이상한 나라에 있는 꿈. 오늘은 꿈에서 도마뱀 빌이 이상한 얘기를 했다. "있지. 앨리스. 우리 암호를 정해두자. 아군과 적을 판별하기 위해서는 암호가 반드시 필요해!" "그래, 암호가 뭔데?" "내가 먼저 '스나크는' 이라고 말하는 거야. 그럼 너는 '부점이었다.' 하고 대답하면 돼." 그런 대화를 하고 있는데 저 멀리 여왕의 성 정원이 떠들썩한 게 보였다. 가까이 가보니 험프티 덤프티가 살해를 당한 상태였다. 미치광이 모자 장수와 3월 토끼가 사건을 조사 중이었는데. 흰 토끼가 험프티 덤프티가 죽은 후 그곳에서 달아나던 누군가를 봤다고 했다. 유일한 목격자인 흰 토끼의 증언에 모두가 귀 기울였다. "그래서 달아나던 게 누군데?" "앨리스." 정말 이상한 꿈이었다..
이 임무에 참여하게 된 것은 순전히 돈 때문이었다. 불치병에 걸린 아들을 치료하려면 돈을 아무리 벌어도 부족하다. 훈련 시절엔 나차럼 고용된 세 명의 용병이 있었다. 넷이 한 팀이었다. 우리는 최종 임무에 대한 내용을 듣지도 못한 채 훈련을 시작해야 했다. 하루는 야간 기습 훈련을 했다. 넓은 공터에 이글루 같은 텐트들이 있고, 내부에 놓여 있는 표적들을 말살시키면 되는 훈련이었다. 야시경을 장착하고, 텐트에 돌입했다. 사람 형체를 찾아 순식간에 총구를 들었다. 그런데 방아쇠를 당기려던 손이 즉시 얼어붙었다. 안에 있던 것은 어린이의 마네킹이었다. 유아에서 열 살 정도 되는 작은 인형이 넷, 땅 위에 잠들어 있었다. 등 뒤에서 울리는 총성을 듣고서야 정신을 차렸다. 나는 빠르고 정확하게 발포했다. 그 날..
내 눈 앞에서 아이가 죽었다. 어둑어둑한 하늘에선 비가 내리고, 엄마와 다섯 살배기 아들 제이콥은 집으로 향하고 있다. "누가 머저 도착하는지 시합해요!" 엄마가 옆구리에 공간을 느끼는 순간, 아이는 집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젖은 브레이크 소리. "쿵" 모든 것이 눈 깜짝할 새에 끝났다. 엄마는 아들 옆에 웅크리고 앉아 정신없이 맥박을 찾으며 한 줄기 구름처럼 허공으로 솟아오르는 자신의 입김을 본다. 차는 경고하는 듯한 엔진 소리를 내며 뒤로 점점 멀어져 간다. 이내 빛이 사라지고, 주위가 온통 어두워진다. 수사가 시작되었지만 별다른 진척이 없다. 내 눈앞에서 아이가 죽었다. 모든 것이 내 잘못이다. 사고 장면이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재생된다. 아이 몸이 보닛에 부딪히는 모습이 몇 번이고 되풀이된다. 사고..
야간근무를 마친 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아침 8시에 집에 돌아왔다. 평소라면 마침 딸 모나미가 아침을 먹고 있을 시간이라 함께 식사하며 피로를 씻었겠지만 아내가 모나미를 데리고 친정집을 가는 바람에 며칠 간은 혼자 아침을 먹어야 했다. 인스턴트 된장국과 아내가 만들어 놓고 간 음식들로 식사 준비를 했다. 자리를 잡고 앉아 텔레비전을 켰다. 별다른 관심 없이 멍하니 시선을 고정하고 있는데 텔레비전 속 리포터의 표정이 심상치가 않았다. "현재까지 발견된 사람들은 승객 47명, 운전사 두 명 등 모두 49명입니다...." "확인된 바에 따르면, 시신으로 발견된 사람을 포함해서 스물여섯 명이 사망했고, 나머지 부상자들은 현지에 있는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순간적으로 식사를 하던 손놀림이 멈추었다. 몇몇 단어가..
나는 달의 유일한 도시 '아르테미스'에 산다. '버블'이라 부르는 다섯 개의 구로 이루어진 도시는 옛날 SF소설에서 묘사했던 달 도시의 모습과 정확히 닮아 있다. 이곳에 오려면 돈이 아주 많이 들고, 이곳에 살려면 돈이 엄청나게 많이 필요하다. 하지만 도시라면 부유한 관광객과 괴상한 갑부만 살 수는 없는 법이다. 노동자 계급도 필요하다. 나도 힘없는 사람들 가운데 한 명이다. 나는 콘래드 버블 지하 15층에 산다. 내 직업은 짐을 배달하는 '포터'다. 그러나 포터 일로 한 달에 12,000슬러그를 버는 것으론 지하 15충, 관 같은 방에서의 생활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부업으로 밀수를 한다. 화기 물품이나 알코올 같은 달에서의 금지 품목들을 배달해주고 돈을 버는 것이다. 여섯 살부터 알고 지..
오늘도 실수로 보고야 말았다. 누군가의 뒷모습. 그리고 그 사람들의 등에 쓰인 숫자, '백넘버' 몇 년 전,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모두 잃고, 나 또한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왔을 때 안 보이던 숫자가 보이기 시작했다. 모든 사람의 등에서 숫자가 옅은 초록빛 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중환자실에 함께 있던 할머니의 숫자가 매일 하나씩 줄어들더니 1이 되어 붉게 반짝이다가 사라졌을 때, 할머니는 세상을 떠났다. 그것을 계기로 나는 비로소 숫자가 그 사람의 남은 수명을 의미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몇 년에 걸쳐 재활 치료를 마치고 다시 세상으로 섞여들었지만 나는 웬만하면 사람이 많은 곳을 피했다. 눈앞에서 시야 가득히 반짝이는 숫자들, 사람들의 남은 수명을 보는 일은 숨쉬기 어려울 만큼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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