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정말 미안한데, 진짜 이번이 마지막이야." "주인집에서 당장 다음 주까지 결정하라고 난리야. 시간도 없고, 뭘 알아보고 할 여유도 없어." 딸애가 돈을 빌려달라고 사정했지만 내게도 서서히 앞으로 고꾸라지는 이 주택. 남편이 유일하게 내게 남긴 이 집 말고는 가진 것이 없다. "그냥 집에 들어와서 살면 어떠니?" 한참의 실랑이 끝에 문득 내가 말한다. 딸애는 내 말을 듣지 못한 사람처럼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의논해 볼게. 나 혼자 결정할 문제는 아니잖아." 딸애는 그렇게 말하고 집을 나섰다. 얼마 후 딸애가 들어오기로 한 날. 저녁 무렵 집에 돌아오니 대문 앞에 차 한 대가 주차되어 있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자 누군가 몸을 일으키는 게 보인다. "안녕하세요." 그 애다. 딸애보다 호리호..
지난 3월, 나는 신문을 읽다가 흥미로운 광고를 보았다. '이 책을 쓴 사람을 찾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신문 전면에 소설의 한 부분이 실려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글을 읽어가던 나는 잠시 후 그것이 내가 쓴 소설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그것은 십여 년 전에 익명으로 펴낸 나의 첫 소설이었다. '난파선'이라는 제목을 단 검은 표지가 흐릿하게 떠올랐다. 신비감을 더하고자 익명을 썼지만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한 줄의 심사평도, 심지어 악평조차 없었다. 그래서 작가로 데뷔한 후에도 나는 그 책이 나의 첫 작품이라는 사실을 밝힌 적이 없다. 그런데 나 자신조차도 존재를 잊은 나의 소설이 어떻게 신문 광고에 실리게 된 걸까. 당혹스러운 마음에 신문사 고객센터에 문의하자 그날 오후, 한 여..
이런 굴욕은 처음이다. 오랫동안 준비해 온 광고 프로젝트가 엎어져 버렸다. 상사의 얘기를 들어보니 클라이언트 측 회사에 새로 부임한 부사장이 기존의 것을 전면 백지화하고 새로운 프로젝트 진행을 원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 가지 조건을 내걸었는데 그것은 기존 프로젝트의 리더였던 나를 다른 사람으로 교체할 것. "그 부사장이 그러더군, 자네가 장기적인 안목이 결여되어 있고, 사람 마음을 읽지 못하는 것 같다고." 분노와 굴욕감이 온몸을 가득 채웠다. 나는 살면서 승부를 걸었던 게임에서 져본 적이 없었다. 그런 내게 이런 패배감을 주다니. 그날, 술에 취해 집에 가려다 묘한 충동이 일었다. 택시를 타고 무작정 내게 굴욕을 준 부사장의 집으로 향했다. 직접 만나 따지고 싶었다. 그러나 막상 거대한 요새 같은 ..
- Total
- Today
- Yesterday
- 스포
- 베르나르 베르베르
- 마션
- 책끝을 접다
- 장편소설
- 국립세종도서관 대출증
- 소설
- 골든슬럼버
- 심플 플랜
- 환상의 여인
- 앤디 위어
- 게임의 이름은 유괴
- 나오미와 가나코
- 리디북스
- 책끝을접다
- 마지막 패리시 부인
- 강화길
- 단편소설
- 빽넘버
- 히가시노 게이고
- 괜찮은 사람
- 책 끝을 접다
- 앨리스 죽이기
- 친밀한 이방인
- 문학동네
- 아르테미스
- 오쿠다 히데오
- 나무
- 반전소설
- 비하인드 도어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5 | 6 |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