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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라는 영화나 책의 비극적인 결말을

해피엔딩으로 바꿔 올리는 블로그를 운영 중이다.

그녀의 블로그 '더 나은 결말'은

높은 조회수를 자랑했다.

그녀는 자기 삶 역시

행복한 결말로 향해 가야 한다고,

또 분명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엘라에게

비극적이고도 비극적인 일이 일어났으니

사건은 약혼자 필립의 코트 주머니에서

이상한 쪽지를 발견하면서 시작되었다.

필립에게.

당신은 엘라하고 결혼하면 안 돼요!

엘라가 꿈속에 살고 있는 몽상가이고

평생을 함께할 상대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우리가 함께 보냈던 밤에 말했잖아요.

제발 당신 자신을 위해 그 결혼은 그만둬요!

- 당신의 C

엘라는 쪽지가 사실이 아니라고 애써 믿으려 했다.

하지만 그날 저녁,

헐레벌떡 들어온 약혼자는

다짜고짜 코트부터 찾았다.

"내 코트 어디 있어?"

"세탁소에 맞겼어."

"혹시 코트 주머니 안에..."

"그래, 봤어."

"이게 다 사실이야?"

"미안해, 하지만 그 날은 취해서였어.

절대 내 진심이 아니야!"

엘라는 그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자리를 박차고 무작정 집을 나왔다.

밖에는 억수같이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지갑도, 휴대전화도 챙겨 나오지 못한 채

엘라는 결국 자전거에 올랐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 보니 계단이 나왔다.

엘라는 하는 수 없이 자전거를 들쳐메고

빗물 젖은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그때, 맞은편에서 어떤 남자가 올라오는 바람에

엘라는 그와 부딪쳐 넘어지고 말았다.

부딪치는 순간 엘라는 이상한 점을 눈치챘는데

남자가 맨발이었다는 것이었다.

좀처럼 되는 일이 없는 날이었다.

자전거는 저 멀리 도로에 망가져 있었다.

게다가 부딪친 남자는 이미 떠나고 없었다.

'맙소사!

그 남자도 심하게 다친 건 아닐까?'

엘라는 그 맨발의 남자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다행이 엘라는 그 근처에서

그의 것으로 추정되는 신발과 외투를 찾아냈다.

외투 안에는 지갑과 신분증이 들어있었다.

신분증을 살펴보니

그의 이름은 '오스카'였고,

집 주소는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엘라는 자신이 저지른 일에 책임을 지기 위해

택시를 타고 오스카의 집으로 향했다.

택시비로 지갑에 있는 돈을 써야 했지만,

나중에 모두 갚을 생각이었다.

택시에서 내리자

엘라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집은 저택,

아니 그야말로 궁전이었다.!

"계세요? 안에 누구 계세요?"

엘라는 문 안쪽으로

조심스럽게 머리를 들이밀며 소리쳤다.

그런데 문큼 사이로 살짝 한 발을 내딛자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찔렀다.

외관과 달리 집 안은 그야말로 쓰레기장이었다.

오래된 우편물, 배달 용기, 신문 더미 등이

너저분하게 흩어져 있었다.

'당장 여기에서 나가자!'

엘라의 머릿속에는 이 생각밖에 없었다.

당장 이 공포영화에서 도망쳐야 했다.

막 뒤돌아서려는 순간이었다.

집주인 오스카가

엘라의 앞에 서 있었다.

엘라는 너무 놀라

반사적으로 양팔을 뻗어 오스카를 밀쳐냈고

그는 중심을 잃고 계단에서 데굴데굴 굴러떨어졌다.

엘라는 기절해 미동도 없는 그를 바라보았다.

행복해야 했던 하루가

자꾸만 이상한 결말로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는 몰랐다.

불행으로 가득 찬 오스카의 인생이

그녀의 삶에 끼어들게 될 줄은.

 

'해피엔딩으로 만나요'

 

출처 : 책 끝을 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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